[다움 뉴스레터] 지금은 서로를 지키며 담대히 나아갈 때

date
Mar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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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help-and-keep-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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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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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없이 비장해지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결국 실패한 채로 다움의 2022년 1분기 활동 뉴스레터 여는 글을 적게 되었다.
type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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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2년 들어 처음 인사드리는 다움입니다.
설 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대선이 지나고서야 돌아왔습니다. 늦었지만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평소와 같다면 이 다음엔 잘 지내고 계실 거라 믿고, 앞으로도 잘 지내시길 바란다는 소망과 인사를 덧붙이겠지요. 하지만 주저하게 됩니다.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으니까요.
대선 레이스 대부분의 기간 동안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거대 양당의 후보가 만들어진 성별 대결구도에서 독특하게 과잉대표된 ‘이대남’에게 경쟁적으로 구애했죠. 물론 차이는 있었을 겁니다. 적어도 변화를 기대할 수는 있었고요. 이 차이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확실히 아는 것은 인권과 평등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혐오로 판을 짜고 증오를 선동하는 자들이 세를 확실히 불렸습니다. 페미니즘과 다양성, 더 나아가 인권 의제 전반을 비토합니다. 이제 우리는 이 기조가 국가정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다움은 청년 성소수자들이 많이 아프고, 많이 죽는데, 국가는 그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발로 뛰어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제도와 정치의 개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제도와 정치가 이 역할을 방기한 채 오히려 역행할 것이란 신호를 보내는 와중에, 우리는 모든 분들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너무 일찍 체념하지 맙시다. 낙심하는 마음을, 절망적인 심정을 십분 이해합니다. 허나 하는 데까지는 해봅시다. 그런 뒤에도 체념할 시간은 어차피 충분합니다. 증오선동에 맞서고, 평등한 대우를 요구하며, 나와 다른 시민의 인권을 옹호합시다. 눈에 보이는 행동과 성과가 없어도 좋습니다. 나는 필요하고 참을 수 없으면 나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긍지와 가능성만큼은 버리지 말고 고이 간직합시다.
서로를 보살핍시다. 연대는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자산입니다. 혐오와 차별, 이를 조장하는 세력의 타격을 막는 방패입니다. 설혹 그렇지 않더라도 어떻습니까. 그냥 인간이니까, 당연한 듯 서로를 보살피며 지켜냅시다.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 단단히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각자의 삶을 의연히 지키며, 담대히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또한 의미를 가지는 사회적 운동인 시대가 왔으니까요.
다움이 이 행렬 맨 앞에 서겠습니다. 가끔은 지금처럼 비장하게, 대개는 발랄한 모습으로요.

윤석열 당선 직후 모두의 멘붕을 담아 이런 글을 써버리고야 만 것이다…
가장 전면에 달아둔 사진이 큰 위로가 되었다. 똥고발랄한 친구-동료들… 귀중한 사람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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