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움 논평] 함께 춤추고 노래합시다. 그 누구도 다치지 않도록.

date
Nov 1, 2022
slug
in-remembrance-of-Itaewon-disaster
status
Published
tags
성명서
성소수자
청년
summary
2022. 10. 31. 이태원 참사를 겪은 분들을 위로하고 대응을 촉구하는 논평
type
Post
🔗
다움 홈페이지에서 보기 (링크 깨짐)
notion image
세월호 사건 보도를 접한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밤이 또 한 번 그런 순간이 되었습니다. 퀴어들에게 이태원은 특별한 공간입니다. 핼러윈은 다른 모습의 코스튬이 자연스럽다는 특성으로 퀴어들이 많이 참여하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핼러윈 날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고 소식이 유독 큰 충격이었던 이유이리라 짐작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바랍니다. 참가자들을 구호한 동료 시민과 관련 종사자들께 감사드리며, 이태원 사고 소식으로 마음이 힘든 분들께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 24시간)와 국가트라우마센터(https://www.nct.go.kr/)를 비롯한 조력을 받아 이 시간을 잘 버텨내자는 말씀과 위로를 조심스럽게 전합니다.
놀이와 문화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핼러윈 날 이태원에서 자신을 표현하며 유쾌한 해방을 즐기는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구입니다. 그 욕구 자체는 누구도 해치지 않으며 때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합니다. 우리는 이태원 사고에 대한 대응이 놀이와 문화를 죄악시하고 이 해방을 막는 방향으로 가는 데 단호히 반대합니다. “놀러 나가 죽었다”는 비난에 반대합니다. “이 시국에 무슨 공연이냐”며 문화예술인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일괄적이고 공적인 취소 압력에 반대합니다. 사고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예의를 지키는 방식은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습니다. 다채로운 색을 억누르고 큰 소리를 찍어누르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주저앉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요구합니다. 언제까지나 사람을 잃고 황망해하기를 반복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공적 주체들에게 무엇을 해야 했는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정리하여 전방위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합니다. 경찰행정, 의료체계, 교육, 그리고 또한 수많은 영역에서 개선이 가능할 겁니다. 그 개선이 단지 해당 영역 종사자를 착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기를 요구합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회피하는 일 없이 명백히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책임 규명 없이 사고를 진정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이미 배웠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돌아올 어느 해 핼러윈 날 이태원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길 바랍니다. 누구도 죽고 다칠 걱정 없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내가 작성했다.
이태원 참사 소식이 들은 때 하필이면 다움 운영위원 LT를 하고 있었다. 이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리라 예감하여, 술에 쩔어 늦게 귀가하면서 초안을 잡았다. 반쯤 취해 있었던 것 같다.

© MECO 2023 - 2024